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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학교에 오셔서 강연을 하신다고 하여 시간나는대로 행사 포스터며 플랑카드들을 부착했었다. 학교와 집을 오가며 그것들이 잘 붙어 있나를 살피게 되는데 엊그제 붙였던 것이 떨어졌거나 훼손되어 있으면 속이 상한다. 플랑카드 같은 것들은 처음에 부착할 때 제 아무리 단단히 묶어 놓아도 시간이 지나면 느슨해지곤 하는데, 그런 것들이 눈에 띄면 띄는대로 가서 바투 매면 될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걸 고쳐 매는 나를 사람들이, 특별히는 나를 아는 사람들이 볼까봐 내가 주저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급기야 오늘은 느슨해져 있던 작은 플랑카드를 몇 시간 방치했더니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다. 아마도 덜렁덜렁 대는 것이 보기 싫으니 청소하는 분들이 떼어 버린 게 아닌가 싶다. 그 때문인지 오늘 저녁 내 마음이 편치가 않다. 사람들의 시선에 머뭇대다가 돈 만 원 이상은 족히 될 홍보물 하나를 낭비한 셈은 아닌지 약간은 부끄럽고 미안한 감정도 생겼다. 

가방끈이 길어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선의 위치도 함께 변해서 나중엔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범위가 아주 좁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 들면서 지체 높으신 분이 되면 도저히 나설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아져서 궁둥이 들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체면 차리느라 꼼짝 못하는 못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닌지 미리 걱정이 된다. 그렇게 되지 말아야지. 소박하고 가볍고 진실된 사람이 되어야지. 욕망에 솔직한 사람. 지금 이대로의 모습이 나인 걸, 어쩌냐 세상 사람들아. 그냥 봐 다오. 

내일은 날 훤할 때 플랑카드 몇 개 갖다 달아보자. 가볍게. 실실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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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이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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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논문 쓰는 일을 '괴롭고 힘든 일'이라고들 하지만, 괴롭고 힘들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면 구체적인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머리를 많이 써야 하니 힘든 일이라고 하지만, 논문 쓰는 일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머리는 늘상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그 머리의 사용처를 논문으로 돌리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어떻게 돌리느냐는 나중에 이야기하자.) 몸이 힘들다? 책상 앞에 좀 오래 앉아 있는 일인데, 하루 종일 막노동 하는 것 보다는 힘이 적게 드는 일이다. 그것도 초기에 습관이 덜 들었을 때 힘들뿐이지 습관이 들면 앉아 있는 것이 그리 힘든 일은 아닐 것이다. 근골격계 질환의 예방을 위해서는 적절한 스트레칭과 운동을 곁들여주면 되는 일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논문 쓰는 일은 괴롭고 힘든 일의 범위에서 벗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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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이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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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쓰자

2012 서울 2012. 3. 9. 21:19

블로그, 오랜만이다. 

읽기형 인간, 텍스트를 소비하기만 하는 인간에서, 쓰기형 인간 즉, 텍스트를 생산하는 인간으로 거듭나 보고자 시도하고 있는 이 블로깅 하기가 일상 생활의 우선 순위에서 자주 밀린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포스팅 같은 짧은 한 두 줄의 글에 익숙해진지  오래라 이렇게 몇 줄 길게 글을 쓰는 데도 괜시리 근육에 힘이 들어하고 긴장이 되는 것 같다. 조금씩이라도 늘려지기를, 자판에 손을 올려 놓고 가만히 생각하는 것에서 서서히 긴장이 빠지고 문장을 만들 생각을 지속하게 되길 조심히 바래본다. 

#추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의 학교에서 행사를 하나 준비하고 있다. 작지 않은 행사인데 사람들이 적게 올까 마음 졸이면서 하고 있는 모습에 내가 엄청 끄달린다. 요 며칠은 내 스스로가 아주 가만 있지를 못하고 엉덩이가 들썩들썩 했다. 마음이 들뜨고 흥분해 있었던 것이지. 이 마음, 잘 보기로 한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이 일어나고, 그 중 어떤 마음에 내 행동이 들러 붙는지. 나를 알 수 있는 좋은 공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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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이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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