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4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토론토 일기'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10.02.01 어? 이런 욕망이?
  2. 2010.02.01 가난의 또 다른 의미
  3. 2010.01.22 앓으면서 1
  4. 2010.01.13 Traffick - 제3장 읽는 중
  5. 2010.01.13 다시, '지구화'
  6. 2010.01.12 수업 듣기
  7. 2009.12.20 선생님께
  8. 2009.12.06 선입견이 없다는 것
  9. 2009.12.03 비지팅 스칼라.. 젠장.. 1
  10. 2009.11.30 식민지 백성의 근성
서울에선 없던 욕망이 외국에서는 일어난다.

안 가본 곳 가보고 싶고, 안 먹어 본 것 먹어보고 싶다. 저기 앉아 있는 저 모르는 사람과도 이야기해보고 싶다.
서울에서는 없던 욕망이다.
서울에서는,
어디 맛있는 게 있다고 해도, 어디가 좋다고 해도, 어디 가면 재밌는게 있다고 해도 그저 그랬다.
그런데 여기서는 안 그렇다.

아마도,
그 맛에 대해서, 그 장소에 대해서, 그 사람에 대해서, 그 이벤트에 대해서,
가설적인 지식이라도 전무해서 그런 것 같다.
근원을 알 수 없는 호기심일까?
무지를 탈피하려는 욕망일까?
도대체 뭐지, 이런 욕망?

'토론토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난의 또 다른 의미  (0) 2010.02.01
앓으면서  (1) 2010.01.22
Traffick - 제3장 읽는 중  (0) 2010.01.13
다시, '지구화'  (0) 2010.01.13
수업 듣기  (0) 2010.01.12
Posted by 호랭이눈
|

가난의 또 다른 의미 - 비난.
비난의 또 다른 의미 - 경멸, 꾸중, 회피, 외면

가난은, 그저 돈이 없고, 허름한 의식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삶 자체로, 자본주의에서는, 경멸이나 꾸중, 회피, 외면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난한 삶을 살겠다는 것은,
그저 적게 입고, 적게 먹고, 적게 자겠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것은 어느 정도의 비난도 감수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그 동안 나와 친했던 사람들이 멀리 떠나가게 되는 것,
가족들의 외면이나 친구들의 경멸어린 눈빛,
상당한 정도의 고립감, 거기서 파생되는 위기 의식까지도 포함.

자발적 가난이라는 인생관은 따라서,
죽을 때까지의 외로움과 고립감과,
결국 내가 틀린 것인가 하는 때때로의 회의까지도 포함한다.

'토론토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 이런 욕망이?  (0) 2010.02.01
앓으면서  (1) 2010.01.22
Traffick - 제3장 읽는 중  (0) 2010.01.13
다시, '지구화'  (0) 2010.01.13
수업 듣기  (0) 2010.01.12
Posted by 호랭이눈
|

앓으면서

토론토 일기 2010. 1. 22. 11:11
신종플루로 추정되는 강력한 바이러스에 화요일부터 오늘 목요일까지 3일동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화요일은 아침부터 몸이 아파질 것 같아서 아예 학교를 접고 집에 있었다. 종합감기약 먹고 낮잠도 한 소금 자고 책도 안보고 그러면서 나름 쉬었다고 생각했는데, 수요일 아침이 되니 왠걸 더 심해졌다. 전날 밤 먹었던 쌍화탕이니 한방 감기약이니 다 소용없었다.
그래도 견딜만 하길래 무리해서 학교에 갔다. 집에 있으나 학교에 가나 똑같이 아플테니 에라 가자 하는 마음이었다. 학교에 가서는 슈그렌스키 선생 발표하는 데도 갔다오고 도서관에서 꼬박 5시간 정도 앉아서 아티클을 읽었다. 눈이 빠지려고 해도 꾹 참고 또 읽고 또 읽었더니 저녁 6시 쯤 되서는 더 머리를 써서는 안될 것 같은 공포감이 밀려왔다.
6시 30분에 바람을 만나기로 했던 터라 30분 동안은 도서관 소파에 누워 잠깐 눈을 붙였다. 속으로 관세음보살님아 이 고통 좀 덜어주시라 군시렁 거리며..

집에 밥도 없었고 해서 들어오는 길에 갈비탕 한 그릇을 사 먹고 들어왔다. 들어와서는 정말로 다른 짓 하나도 않고 곧바로 씻고 누웠다. 얼굴과 머리로 뻗치는 열이 그 기세의 끝을 알수 없을 정도로 세서 공포감이 밀려왔다. '이건 신종플루가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없어.' 속으로 생각하면서 어서 빨리 아침이 되어 병원에 갈 생각만 하였다. 잠도 쉬 들지 않아 숨만 가쁘게 몰아 쉴 뿐이었다. 숨이 코로 들어왔다 나가는 것만도 코 속이 아파 끙끙 거렸다.
그렇게 저녁 8시 정도부터 누워 오늘 아침 8시까지 중간에 몇 번 깨기는 했지만, 죽 12시간을 내리 누워있었다.

어랏? 자고 일어나니 코 속도 꽤 뽀송뽀송 말라 있고, 열감도 훨씬 덜했다. '아, 나아가는구나.' 싶었다. 
기세를 몰아 아침 먹고 종합감기약 두 알 털어 넣고 또 잤다. 10시 정도 부터 자서 오후 1시 반에 일어났으니 또 세 시간 반을 잔 것이다. 일어나서 108배 하고 점심으로 샌드위치 하나 만들어 먹고 감기약 털어 넣고 인터넷 좀 하다가 또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 같길래 컴퓨터 끄고 다시 누웠다. 잠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꽤 편하게 누워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 한 시간 뒤에 일어나 바람 문 열어주고 저녁 먹고 지금이다. 지금 몸 상태는? 눈에 약간 열감이 있긴 하지만, 꽤 건강한 상태인 듯 하다.

어제 하루 학교에서, 그리고 집에 와서 꼬박 오늘까지 앓고 쉬어보니, 책을 읽거나, 인터넷을 하는 일이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몸이 안좋으니 오늘 점심 먹고 잠깐 이메일 체크하는 동안에도 급속한 피로감이 느껴졌었다. 책 읽는 건 아예 엄두도 못냈었다. 돌아보니, 캐나다 와서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는 긴장을 풀지 않고 기를 쓰며 살고 있었던 것 같다. 아프면 안된다고 생각했었고, 아니 '생각' 이전에, 무의식적으로 어리숙하지 않으려고, 이것저것 상황을 살폈던 것 같고, 그러면서 또 겉으로는 그런 티를 안내려고 무지 애를 썼던 것 같다. 그렇게 기를 소진한 것이 작은 바이러스 일침에 무너져 버린 것 아닐까.

일주일에 하루는 다 놓고 집에서 뒹굴거리며 쉬어야겠다고 마음 먹어 본다. 약속도 안잡고, 책도 안보고, 아니 약속을 잡을 수도 있고, 책을 볼 수도 있지만, 해야된다는 생각없이, 시간 아낀다는 생각 없이, 아무 것도 안하면 낭비라는 생각 없이, 그냥 여기 이 곳에 나를 가만히 놓아 두어 보는 시간. 그런 휴식이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는 필요한 것이 아닐까. 아니 모든 날들을 그렇게 산다고 해서 무슨 큰 일이 생기겠는가.

이것도 깨달음이라면, 몸 아프지 않았더라면 깨닫지 못했을 것을, 다행히 이리 가벼이 넘어갈 감기 몸살로 이 깨달음을 얻었으니 참 기쁘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토론토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 이런 욕망이?  (0) 2010.02.01
가난의 또 다른 의미  (0) 2010.02.01
Traffick - 제3장 읽는 중  (0) 2010.01.13
다시, '지구화'  (0) 2010.01.13
수업 듣기  (0) 2010.01.12
Posted by 호랭이눈
|
다음 주 수업에서는 아마도 5장 이후의 내용에 대해서 토론을 하겠지만,
나는 2장까지 밖에 읽지 않았으므로 이어서 3장을 읽어보기로 했다.

3장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Winning the Cold War: The Power of Organised Crime in the Global Economy

30페이지 분량 중에 이제 겨우 10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몇 군데 있다.

1.
오늘날의 이 괴물같은 세계화가 결국은 신생독립국의 '발전'에 대한 열망을 한 줄기로, 선진국들의 번영과 평화에 대한 기대를 또다른 한 줄기로 한 역사적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명과 더불어 또 하나의 탁견(적어도 내게는!)이라고 아니할 수 없는 대목이다. 다음과 같다.

"우리가 이 괴팍한 역사(냉전과 냉전의 종식)와 그 수많은 파급을 아무리 피하려고 하더라도, 오늘날의 사건들은 그 당시의 많은 은밀한 전투들의 연장이다. 그리고 흔히, 그 연장은 과거에 내려진 결정들의 예측 못한 결과들이다."

흠, 번역을 잘했나? 영어로는 이렇다.
"However much we try to avoid this awkward history and its many ripples around the world, the events of today are a continuation of the many stealthy battles of that time and, usually, that continuation is another unforeseen consequence of past decisions."

세계화를 자기 바깥의 존재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역사가 빚어낸 것으로 보는 시각과 동일한 종류의 인식아닌가. 우리는 여전히 역사 속에 있음을 말하는.


2.
또 하나는 소비에트 연방의 몰락과 관련된 부분이다. 저자는 조직 범죄가 확대되는 결정적 계기로 소비에트의 연방의 붕괴를 말하는데, 내가 읽은 부분까지는 아직 충분한 설명이 등장하지 않는다. 내일이나 모레쯤 그 내용을 정리하게 될 수도 있겠다. 다만 내가 읽은 부분에서는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되는데 큰 원인이 되었던 군비 경쟁에 대해 설득력있는 설명이 등장한다. 내용인즉슨 이렇다.

냉전 기간 동안 대부분의 서구 나라들은 경제 운용에 있어서 케인즈주의 접근을 적용한다. 그런데 이는 다양한 형태의 '군사적 케인즈주의'를 포함한다. 즉, 군수산업의 확장을 고용창출과 소비진작의 주요한 수단 중의 하나로 사용한 것이다. 냉전 시대 서구 나라들 입장에서 이는 일석 이조의 효과를 가진다. 즉, 군수산업의 확대는 내수 진작을 위한 정부지출이면서 동시에 소비에트 연방에 대한 견제의 효과도 가졌던 것이다. 그런데 소비에트 연방에게 이는 서구 나라들 전체의 무장력에 대항하는 군비 지출을 압박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는? 소련의 침몰이었다. 빚의 바다 속으로 침몰.

어떤가? 동구 사회주의 몰락을 세계 경제체제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사회주의체제 자체의 내적 모순만으로는 뭔가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는 느낌이다. 자본주의 세계 경제의 자체 운동이 가져온 나비 효과라고나 할까? 물론, 저자는 자본주의 진영이 펼친 은밀한 공작들에 대해서도, 본문에서 설명하지는 않지만, 역시 부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두 설명을 복합적으로 취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

오늘은 여기까지. 

'토론토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난의 또 다른 의미  (0) 2010.02.01
앓으면서  (1) 2010.01.22
다시, '지구화'  (0) 2010.01.13
수업 듣기  (0) 2010.01.12
선생님께  (0) 2009.12.20
Posted by 호랭이눈
|
지구화와 고등교육 : 비판적 정책 접근" 이라는 수업의 교수가 읽기를 제안한 책은 다음과 같다.

Traffick : The Illicit Movement of People and Things(2005)

저자는 Gargi Bhattacharyya 가기 바타차리야

나는 '정책'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었는데 '지구화'에 대한 책이라고 해서 좀 실망하기는 했지만, 몇 주 지나지 않아 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겠지 기대하면서 그냥 따라가기로 한다.

지구화의 이면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예를 들면 조직 폭력, 마약 거래, 자금 세탁, 인신매매 등이다. 저자는 이런 것들을 지구화의 어두운 측면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지구화의 또 다른 측면, 오히려 지구화의 드러난 측면 - 예를 들면, 자유 무역을 지탱하고 있는 지지대로 보는 것 같다.

지구화에 관한 다른 책 - 데이비드 하비의 '신자유주의' A Brief History of Neoliberalism 보다는 이해하기 쉽고, 안토니 기든스의 '제3의 길' The Third Way 보다는 구체적이고 예시가 많아서 좋은 것 같다.

일단 흥미로운 것은, 지구화를 지구상의 '어두운 현상들'과 연결지어 놓은 것이었다. 나는 한국의 '사교육'을 떠올렸다. 사교육이 마약거래나 인신매매처럼 불법적인 것은 아니지만, 콜롬비아나 소말리아의 내전, 무질서, 마약거래 등에 상응하는 '어두운 현상들' 그 중에서도 교육과 관련된 현상으로는, 우리나라에선 '사교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 여기서 사교육은 일단 '개인교습의 과도한 팽창' 쯤으로 해 두자.

두번째 기억에 남는 것. 지구화를 두 개의 상이한 열망의 만남이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설명한 것이다. 그 두 개의 흐름이란, 2차 세계 대전 직후 선진국의 평화와 번영에 대한 열망, 신생독립국의 '발전'에 대한 열망이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개도국의 세계화 된 경제 - 브레튼우즈체제에의 참여는 사실 자발적이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IMF 구제 금융 이후 한국의 세계 경제에 대한 순응은 '번영'에 대한 한국의 강렬한 열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예컨대, 금모으기운동. 이것은 새마을운동에 나타났던 모종의 '열망'과 유사한 것 아닌가.

세번째, '지구화'라는 것을 설명할 때, 그 기원이 되는 어떤 역사적 사건으로부터 시작하는 설명방식은, 특히 나에게는 참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예컨대, 1944년 종전의 기운이 점차 강해지던 그 때, 미국 뉴햄프셔의 브레튼우즈에서 한 회담이 열렸는데, 거기서 합의된 내용은 세계 경제의 새로운 질서 구축과 그를 위한 기구의 창설이었고, 사실 '지구화'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설명하는 것 말이다.

그런데, 책에는 '워싱턴 컨센서스'의 형성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이 없었던 것 같다. 그것이 1970년대 초 미국의 달러화 기준 포기와 관련되는 것 같긴 한데,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또, 글로벌 엘리트와 내셔널 엘리트를 다룬 내용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시간 나면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겠다.

수업시간에 수강생들의 토론에서 느낀 점은, 우선, 세계화를 준동한 나라에 사는, 물적인 토대가 다른 이들이 경험하고 생각하는 '지구화'란 참으로 내가 생각하는 '지구화'와는 참 다르구나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에게는 '지구화'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어떤 현상(이런 걸 authentic 하다고 하나?)이 아닌 것 같았다. 마치 내가 어떤 새로운 사회 현상을 지칭하는 생소한 개념을 들을 때 (예를 들 수 있으면 좋으련만) 잘 이해가 안가고, 뭔가 멀리 있고, 뭔가 나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느끼는 것처럼, 그들도 다소 쉽고 가볍게 '지구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혹독한 것이라고 씌여진 책을 읽기는 해도 그들이 그 혹독함을 겪지는 않았을테니까 하고 넘어간다.

또 역시나, 지구화를 고등교육과 연결시켜 이야기할 때 드러났지만, 자신들의 주변 즉, 캐나다 온타리오 주 고등교육에서 목격 가능한 어떤 현상들에 국한되서 논의가 진행되지 그 현상을 지구 반대편 고등교육에서 발견되는 어떤 현상에 연결시켜 생각해 보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한국의 고등교육에 대해서, 중국의 고등교육에 대해서, 혹은 동남아시아의, 혹은 남미 어느 나라의 고등교육이 받고 있는 '지구화'의 임팩트에 대해서 몇 가지 예를 가지고 있을 것이며, 어떤 개념이 있겠는가.

적어도 내 생각에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 고등교육에서 목격되는 자금의 증가나 취학 증가 같은 현상은 지구 반대편 고등교육의 질 양극화 같은 것과 함께 놓고 생각해야 비로소 설명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지구화의 심화와 함께, 한국 고등교육의 질 관리 현상이, 연구업적에 대한 강한 압박이, 학생 선발의 보수화가 진행되지 않았냐고 주장하면 너무 나간 걸까? 여기서 더 나아가, 그 여파가 중고등학교 교육으로 파급되어 사교육의 증가, 조기유학 열풍, 특목고의 특권계급화가 진행된 것 아니냐고 주장하면 너무 걍팍한가?

아무튼, 이렇게만 보아도, 지구화라는 현상은 1세계의 한정된 경험만으로는 풍부히 이해되기 어려운 것이 아니겠냐 하는 혼자만의 흡족함을 누려본다. 캬캬캬.



'토론토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앓으면서  (1) 2010.01.22
Traffick - 제3장 읽는 중  (0) 2010.01.13
수업 듣기  (0) 2010.01.12
선생님께  (0) 2009.12.20
선입견이 없다는 것  (0) 2009.12.06
Posted by 호랭이눈
|

수업 듣기

토론토 일기 2010. 1. 12. 12:08
수업 2주차.
읽어갈 분량은 120페이지에 육박했지만 겨우 60페이지 읽어갔다. 이것도 나한테는 최대치다.
지난 주 월요일 수업이 끝나고 나서 화요일부터 어제 일요일까지 나름대로는 열심히 읽었다.

지난 주 금요일 정도, 그러니까 두번째 수업을 불과  3일 남겨 놓은 시점에 읽을 분량이 60페이지가 아니라
120페이지라는 것을 알고 당황했었으나, 60페이지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결론으로 당황을 수습하고
일요일까지 줄기차게 읽고, 오늘 오전에는 학교에 일찍 나가 읽은 것들을 바탕으로 짧은 논평문도 쓰고,
질문도 몇 가지 정리해 보았다. 우선 한글로 쓴 다음, 다시 영작. 혹시 교수가 나에게 감상이나 의견을 물으면
당당하게 대답하려고 준비한 것이다.

수업에 들어갔더니 왠걸, 첫 수업과는 또 다르게 당황스러웠다.
시작부터 학생들(나를 포함 총 6명)이 말 해대기 시작하는데 정말이지 정신이 없었다.
기껏 감 잡고 좀 끼어들라치면 누군가가 다른 말을 시작해서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속도는 너무도 빨라서 한 단어씩 내 뱉는 나의 말 속도가 수업의 템포를
방해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뒤덮여 왠걸, 말 한마디 꺼내기도 쉽지가 않았다.
세 시간 수업 중 두 시간이 거의 지나갈 즈음, 교수가 나에게 의견을 물어서 몇 마디 하긴 했지만,
얼굴이 화끈거리는 통에 중언부언하다 끝난 것 같다.

그들의 토론을 전부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들으면서 몇 가지 아이디어가 생기기도 한다.
이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하는 걸까?
오늘은,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이면 예컨대, 조직 범죄, 마약 시장, 자금 세탁 서비스의 확대 등을 다룬
'Traffick' 이라는 책을 읽고 토론하는 자리였는데, 막상 글로벌리제이션을 고등교육과 연결시켜
생각할 때는 북미 고등교육에서의 변화를 논의하는 것이었다. 책에서 다룬 글로벌리제이션의 어두운
측면은 주로 남미나 아시아, 아프리카 사회에서 부각되는 것이었음에도, 막상 고등교육을 이야기할 때
그들의 관심은 급격히 자신의 주변으로 좁아드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고등교육으로 몰리는
자금과, 그 자금의 불평등한 배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오히려, 한국에서의 영어 강의 열풍이나, 유학 추세 같은 것을 그들 1세계 고등교육의 팽창과 함께
도마 위에 올려야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럴 때 글로벌리제이션과 고등교육이 맞물려 이해가 되지는 않을까.

다음 주 수업 시간에 가면 미친 척 하고, 이 이야기를 꺼내 볼까?
'내가 지난 주 수업 시간 끝나고 생각해 봤는데 말야.' 이러면서...



'토론토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Traffick - 제3장 읽는 중  (0) 2010.01.13
다시, '지구화'  (0) 2010.01.13
선생님께  (0) 2009.12.20
선입견이 없다는 것  (0) 2009.12.06
비지팅 스칼라.. 젠장..  (1) 2009.12.03
Posted by 호랭이눈
|

선생님께

토론토 일기 2009. 12. 20. 05:06

저희가 여기 토론토에 도착한지 어제로 꼭 한 달입니다.

한 달만에 방 구해서 이사하고, 매일 학교에 가는 생활을 시작하였고,

무엇보다 이 곳의 물가 감각, 기후 감각,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감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영어 문제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장애물입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긴 호흡을 가지게 되었지만

동시에 일상적인 노력도 필요함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 선생은 '고등교육과 여성' 이라는 주제의 수업을, 저는 '고등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라는

주제의 수업을 청강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이 선생 희망 과목은 수강생의 부족이, 저는 담당교수의 허락이

관건입니다. 동시에, 이 선생은 인터뷰 녹취와 복사해간 자료의 독해에, 저는 논문 주제의 탐색에 조급함을

느낍니다.


무 엇보다 큰 느낌은 영어 때문에 생기는 억울함과 무기력감입니다.

예컨대 여기 도서관에 쌓여 있는 저 수많은 저작들을 보면서,

국문 자료의 독해에 비해 영문 자료의 독해는 얼마나 어려운가를 생각합니다.

영어권에 태어났다면 학부생들도 겁없이 덤벼들 저 책들에,

비영어권에서 태어난 저는 지레 겁을 먹습니다. 이 때마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나아가 이 문제가 극복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할때 무기력감에 빠져 듭니다.

국 어로 글을 쓰고 글을 읽는 것도 아직 갈 길이 먼데, 영어로 학문하는 것이라니요.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은 노르웨이에서 태어나 한국학 교수가 된 박노자 교수의 우수한 한국어 구사 능력이나,

해외에서 성취를 이룬 많은 한국인 학자들의 존재입니다. 자유로운 영어 읽기와 쓰기가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테지요.


여 기 토론토는 아침 저녁으로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놀러 다니는 것은 날씨 좋은 4월 이후로 미루고 그 때까지는 우직하게 공부나 하자 마음먹고 있습니다.

물론 주말에는 주머니 사정 범위에서 여기 저기 다니면서 새로운 문화도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계획이구요. 여기서 접하는 모든 것이 다 공부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이 선생 체력이 최우선 고려 사항입니다.

편안하시고 충만한 성탄과 새해 맞이 되시길 빕니다.

'토론토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지구화'  (0) 2010.01.13
수업 듣기  (0) 2010.01.12
선입견이 없다는 것  (0) 2009.12.06
비지팅 스칼라.. 젠장..  (1) 2009.12.03
식민지 백성의 근성  (0) 2009.11.30
Posted by 호랭이눈
|

불필요한 오해나 감정을 일으키는 일이긴 하지만, 한국에선 그랬다.
어떤 사람의 입성을 보거나 말 하는 것을 들으면 그 사람의 과거나 현재가 대충 짐작되었다.
그 첫인상을 100% 신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30년 남짓 살아오면서 가지게 된 교훈이기는 하지만,
또 동시에 그 인상에 어느 정도 의존하지 않고서는 일상을 영위하기가 좀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선입견이 없다면, 우리는 예컨대 불량배(?)를 저 멀리서 진작 알아보고 돌아가는 일도 하지 못할 것이고,
학교 주변 식당에서 교수 뒷담화를 볼륨 줄여서 하는 센스를 발휘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런데, 여기 토론토에 오니 여러 인종의 사람들을 보아도 그들의 과거나 현재를 종잡을 수가 없다. 
저 아랍계 사람이, 저 중국인이, 저 백인이, 저 흑인이 어떤 개인사를 가지고 있을지, 그리고 
어떤 현재를 영위하고 있는지 전혀 짐작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지극히 로컬' 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내로우'하다는 것 아닌가.  ----> 뭔가 적합한 다른 단어 없는가?  

누군가가 글로벌한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아마도 여러 인종들의 백그라운드를 구체적인 역사 지식으로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해야 한다. 
어줍지 않게, 영어를 잘 못한다거나 영미권의 생활 문화에 익숙치 못하다는 것을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닌 게다. 

** 엊그제 들은 얘기 하나.
토론토 대학 OISE의 교수들과 학생들이 대단하게 들고 일어난 일이 얼마 전에 있었는데,
그 일이 무엇인고 하니, 교육공학 쪽 연구자들이 미 국방부의 프로젝트를 수주했기 때문이라더구먼. 
학생들, 교수들, 직원들이 매일매일 OISE 1층 로비에 모여서 엄청나게 항의를 한 끝에, 그 프로젝트 수주가 
취소되었다고... 이역만리 타향살이 하는 한국의 대학원생에게 상당히 생각할 거리를 주는 이야기였음... 

'토론토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업 듣기  (0) 2010.01.12
선생님께  (0) 2009.12.20
비지팅 스칼라.. 젠장..  (1) 2009.12.03
식민지 백성의 근성  (0) 2009.11.30
26일  (0) 2009.11.27
Posted by 호랭이눈
|

이런 허울 좋은 비지팅 스칼라 같으니라구..
어제는 여기 성인교육과 과사무실 언니 같은 사람한테 가서 나를 소개하고서는,
도서관 사용할 수 있도록 레터를 하나 써 달라고 했더니만,
수석조교 같은 할머니하고 꿍시렁 꿍시렁 이야기하더니,
다니엘 교수가 써준 초대장을 한 장 복사한다. 그러더니 자기가 오늘 알아보겠단다.
비지팅 스칼라? 너 니네 나라에서 교수니? 학생이니? 자꾸 물어보는 게 기분이 나빴다.
그 할머니 왕조교는 꼬장꼬장한 영어로 그런다. 확실한 지위 없이 도서관 이용 카드를 만들 수 없어.
아무래도 도서관 이용 전선에 먹구름이 끼는 것 같아서 심란하다.
이 기분이 하루 종일, 그야 말로 집에가서 잠들 때까지 계속 되었다.

오늘 학교에 가서는 다시 그 인도 언니를 찾아가 보기는 할텐데, 기분이 흔쾌하지 않다.
그래도 찾아가 보고 도서관 접근 안된다고 하면, 갓 뎀, 박살낼테다.
비지팅 스칼라.. 젠장 말아 먹을..

'토론토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생님께  (0) 2009.12.20
선입견이 없다는 것  (0) 2009.12.06
식민지 백성의 근성  (0) 2009.11.30
26일  (0) 2009.11.27
조기유학 - 연구해볼만  (1) 2009.11.23
Posted by 호랭이눈
|
예컨대 말이야. 토론토 대학교 도서관 식당에서 어떤 어리숙 하게 생긴 한국 아이가 노트북을 펴 놓고 옆에 컵라면을 놓고 먹으며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 나는 그가 무엇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까.

옆 테이블의 한국 여학생들이 도시락을 까 먹으며 수다를 떠는데 그 옆엔 작은 성경이 하나 놓여 있고, 얼핏 들려오는 수다의 내용이라는 것이 서울에서 유행하는 연예인들 이야기라면, 나는 그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왼쪽 저 끝 테이블에, 어떤 백인 아이가 매킨토시 노트북을 펴 놓고 샌드위치를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면, 나는 그 아이가 무엇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할까.

왠지, 동양 아이들이, 아시아인들이 하는 짓은 어리숙해보이고, 한심한 일일 것 같고, 백인들이 하는 이야기는 뭔가 내용있고, 도서관이라 그런지, 앞서가는 학문에 관한 이야기들일 것 같다. 같은 이야기라도 영어로 하면 뭔가 있어보이고, 한국어나 중국어로 하면 뭔가 내용이 부족할 것만 같은, 식민지 백성의 근성을, 나는 토론토에 와 있는 내 마음에서 발견한다. 이 노예 근성을 어찌 극복할까나.




'토론토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입견이 없다는 것  (0) 2009.12.06
비지팅 스칼라.. 젠장..  (1) 2009.12.03
26일  (0) 2009.11.27
조기유학 - 연구해볼만  (1) 2009.11.23
시차적응 중  (0) 2009.11.21
Posted by 호랭이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