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오해나 감정을 일으키는 일이긴 하지만, 한국에선 그랬다.
어떤 사람의 입성을 보거나 말 하는 것을 들으면 그 사람의 과거나 현재가 대충 짐작되었다.
그 첫인상을 100% 신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30년 남짓 살아오면서 가지게 된 교훈이기는 하지만,
또 동시에 그 인상에 어느 정도 의존하지 않고서는 일상을 영위하기가 좀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선입견이 없다면, 우리는 예컨대 불량배(?)를 저 멀리서 진작 알아보고 돌아가는 일도 하지 못할 것이고,
학교 주변 식당에서 교수 뒷담화를 볼륨 줄여서 하는 센스를 발휘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런데, 여기 토론토에 오니 여러 인종의 사람들을 보아도 그들의 과거나 현재를 종잡을 수가 없다.
저 아랍계 사람이, 저 중국인이, 저 백인이, 저 흑인이 어떤 개인사를 가지고 있을지, 그리고
어떤 현재를 영위하고 있는지 전혀 짐작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지극히 로컬' 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내로우'하다는 것 아닌가. ----> 뭔가 적합한 다른 단어 없는가?
누군가가 글로벌한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아마도 여러 인종들의 백그라운드를 구체적인 역사 지식으로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해야 한다.
어줍지 않게, 영어를 잘 못한다거나 영미권의 생활 문화에 익숙치 못하다는 것을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닌 게다.
** 엊그제 들은 얘기 하나.
토론토 대학 OISE의 교수들과 학생들이 대단하게 들고 일어난 일이 얼마 전에 있었는데,
그 일이 무엇인고 하니, 교육공학 쪽 연구자들이 미 국방부의 프로젝트를 수주했기 때문이라더구먼.
학생들, 교수들, 직원들이 매일매일 OISE 1층 로비에 모여서 엄청나게 항의를 한 끝에, 그 프로젝트 수주가
취소되었다고... 이역만리 타향살이 하는 한국의 대학원생에게 상당히 생각할 거리를 주는 이야기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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