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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13 다시, '지구화'
  2. 2010.01.12 수업 듣기
  3. 2009.12.20 선생님께
  4. 2009.12.06 선입견이 없다는 것
  5. 2009.12.03 비지팅 스칼라.. 젠장.. 1
  6. 2009.11.30 식민지 백성의 근성
  7. 2009.11.27 26일
  8. 2009.11.23 조기유학 - 연구해볼만 1
  9. 2009.11.21 시차적응 중
  10. 2009.11.20 서서히 시작 2
지구화와 고등교육 : 비판적 정책 접근" 이라는 수업의 교수가 읽기를 제안한 책은 다음과 같다.

Traffick : The Illicit Movement of People and Things(2005)

저자는 Gargi Bhattacharyya 가기 바타차리야

나는 '정책'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었는데 '지구화'에 대한 책이라고 해서 좀 실망하기는 했지만, 몇 주 지나지 않아 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겠지 기대하면서 그냥 따라가기로 한다.

지구화의 이면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예를 들면 조직 폭력, 마약 거래, 자금 세탁, 인신매매 등이다. 저자는 이런 것들을 지구화의 어두운 측면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지구화의 또 다른 측면, 오히려 지구화의 드러난 측면 - 예를 들면, 자유 무역을 지탱하고 있는 지지대로 보는 것 같다.

지구화에 관한 다른 책 - 데이비드 하비의 '신자유주의' A Brief History of Neoliberalism 보다는 이해하기 쉽고, 안토니 기든스의 '제3의 길' The Third Way 보다는 구체적이고 예시가 많아서 좋은 것 같다.

일단 흥미로운 것은, 지구화를 지구상의 '어두운 현상들'과 연결지어 놓은 것이었다. 나는 한국의 '사교육'을 떠올렸다. 사교육이 마약거래나 인신매매처럼 불법적인 것은 아니지만, 콜롬비아나 소말리아의 내전, 무질서, 마약거래 등에 상응하는 '어두운 현상들' 그 중에서도 교육과 관련된 현상으로는, 우리나라에선 '사교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 여기서 사교육은 일단 '개인교습의 과도한 팽창' 쯤으로 해 두자.

두번째 기억에 남는 것. 지구화를 두 개의 상이한 열망의 만남이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설명한 것이다. 그 두 개의 흐름이란, 2차 세계 대전 직후 선진국의 평화와 번영에 대한 열망, 신생독립국의 '발전'에 대한 열망이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개도국의 세계화 된 경제 - 브레튼우즈체제에의 참여는 사실 자발적이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IMF 구제 금융 이후 한국의 세계 경제에 대한 순응은 '번영'에 대한 한국의 강렬한 열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예컨대, 금모으기운동. 이것은 새마을운동에 나타났던 모종의 '열망'과 유사한 것 아닌가.

세번째, '지구화'라는 것을 설명할 때, 그 기원이 되는 어떤 역사적 사건으로부터 시작하는 설명방식은, 특히 나에게는 참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예컨대, 1944년 종전의 기운이 점차 강해지던 그 때, 미국 뉴햄프셔의 브레튼우즈에서 한 회담이 열렸는데, 거기서 합의된 내용은 세계 경제의 새로운 질서 구축과 그를 위한 기구의 창설이었고, 사실 '지구화'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설명하는 것 말이다.

그런데, 책에는 '워싱턴 컨센서스'의 형성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이 없었던 것 같다. 그것이 1970년대 초 미국의 달러화 기준 포기와 관련되는 것 같긴 한데,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또, 글로벌 엘리트와 내셔널 엘리트를 다룬 내용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시간 나면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겠다.

수업시간에 수강생들의 토론에서 느낀 점은, 우선, 세계화를 준동한 나라에 사는, 물적인 토대가 다른 이들이 경험하고 생각하는 '지구화'란 참으로 내가 생각하는 '지구화'와는 참 다르구나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에게는 '지구화'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어떤 현상(이런 걸 authentic 하다고 하나?)이 아닌 것 같았다. 마치 내가 어떤 새로운 사회 현상을 지칭하는 생소한 개념을 들을 때 (예를 들 수 있으면 좋으련만) 잘 이해가 안가고, 뭔가 멀리 있고, 뭔가 나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느끼는 것처럼, 그들도 다소 쉽고 가볍게 '지구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혹독한 것이라고 씌여진 책을 읽기는 해도 그들이 그 혹독함을 겪지는 않았을테니까 하고 넘어간다.

또 역시나, 지구화를 고등교육과 연결시켜 이야기할 때 드러났지만, 자신들의 주변 즉, 캐나다 온타리오 주 고등교육에서 목격 가능한 어떤 현상들에 국한되서 논의가 진행되지 그 현상을 지구 반대편 고등교육에서 발견되는 어떤 현상에 연결시켜 생각해 보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한국의 고등교육에 대해서, 중국의 고등교육에 대해서, 혹은 동남아시아의, 혹은 남미 어느 나라의 고등교육이 받고 있는 '지구화'의 임팩트에 대해서 몇 가지 예를 가지고 있을 것이며, 어떤 개념이 있겠는가.

적어도 내 생각에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 고등교육에서 목격되는 자금의 증가나 취학 증가 같은 현상은 지구 반대편 고등교육의 질 양극화 같은 것과 함께 놓고 생각해야 비로소 설명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지구화의 심화와 함께, 한국 고등교육의 질 관리 현상이, 연구업적에 대한 강한 압박이, 학생 선발의 보수화가 진행되지 않았냐고 주장하면 너무 나간 걸까? 여기서 더 나아가, 그 여파가 중고등학교 교육으로 파급되어 사교육의 증가, 조기유학 열풍, 특목고의 특권계급화가 진행된 것 아니냐고 주장하면 너무 걍팍한가?

아무튼, 이렇게만 보아도, 지구화라는 현상은 1세계의 한정된 경험만으로는 풍부히 이해되기 어려운 것이 아니겠냐 하는 혼자만의 흡족함을 누려본다. 캬캬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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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이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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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듣기

토론토 일기 2010. 1. 12. 12:08
수업 2주차.
읽어갈 분량은 120페이지에 육박했지만 겨우 60페이지 읽어갔다. 이것도 나한테는 최대치다.
지난 주 월요일 수업이 끝나고 나서 화요일부터 어제 일요일까지 나름대로는 열심히 읽었다.

지난 주 금요일 정도, 그러니까 두번째 수업을 불과  3일 남겨 놓은 시점에 읽을 분량이 60페이지가 아니라
120페이지라는 것을 알고 당황했었으나, 60페이지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결론으로 당황을 수습하고
일요일까지 줄기차게 읽고, 오늘 오전에는 학교에 일찍 나가 읽은 것들을 바탕으로 짧은 논평문도 쓰고,
질문도 몇 가지 정리해 보았다. 우선 한글로 쓴 다음, 다시 영작. 혹시 교수가 나에게 감상이나 의견을 물으면
당당하게 대답하려고 준비한 것이다.

수업에 들어갔더니 왠걸, 첫 수업과는 또 다르게 당황스러웠다.
시작부터 학생들(나를 포함 총 6명)이 말 해대기 시작하는데 정말이지 정신이 없었다.
기껏 감 잡고 좀 끼어들라치면 누군가가 다른 말을 시작해서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속도는 너무도 빨라서 한 단어씩 내 뱉는 나의 말 속도가 수업의 템포를
방해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뒤덮여 왠걸, 말 한마디 꺼내기도 쉽지가 않았다.
세 시간 수업 중 두 시간이 거의 지나갈 즈음, 교수가 나에게 의견을 물어서 몇 마디 하긴 했지만,
얼굴이 화끈거리는 통에 중언부언하다 끝난 것 같다.

그들의 토론을 전부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들으면서 몇 가지 아이디어가 생기기도 한다.
이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하는 걸까?
오늘은,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이면 예컨대, 조직 범죄, 마약 시장, 자금 세탁 서비스의 확대 등을 다룬
'Traffick' 이라는 책을 읽고 토론하는 자리였는데, 막상 글로벌리제이션을 고등교육과 연결시켜
생각할 때는 북미 고등교육에서의 변화를 논의하는 것이었다. 책에서 다룬 글로벌리제이션의 어두운
측면은 주로 남미나 아시아, 아프리카 사회에서 부각되는 것이었음에도, 막상 고등교육을 이야기할 때
그들의 관심은 급격히 자신의 주변으로 좁아드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고등교육으로 몰리는
자금과, 그 자금의 불평등한 배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오히려, 한국에서의 영어 강의 열풍이나, 유학 추세 같은 것을 그들 1세계 고등교육의 팽창과 함께
도마 위에 올려야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럴 때 글로벌리제이션과 고등교육이 맞물려 이해가 되지는 않을까.

다음 주 수업 시간에 가면 미친 척 하고, 이 이야기를 꺼내 볼까?
'내가 지난 주 수업 시간 끝나고 생각해 봤는데 말야.' 이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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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이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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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

토론토 일기 2009. 12. 20. 05:06

저희가 여기 토론토에 도착한지 어제로 꼭 한 달입니다.

한 달만에 방 구해서 이사하고, 매일 학교에 가는 생활을 시작하였고,

무엇보다 이 곳의 물가 감각, 기후 감각,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감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영어 문제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장애물입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긴 호흡을 가지게 되었지만

동시에 일상적인 노력도 필요함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 선생은 '고등교육과 여성' 이라는 주제의 수업을, 저는 '고등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라는

주제의 수업을 청강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이 선생 희망 과목은 수강생의 부족이, 저는 담당교수의 허락이

관건입니다. 동시에, 이 선생은 인터뷰 녹취와 복사해간 자료의 독해에, 저는 논문 주제의 탐색에 조급함을

느낍니다.


무 엇보다 큰 느낌은 영어 때문에 생기는 억울함과 무기력감입니다.

예컨대 여기 도서관에 쌓여 있는 저 수많은 저작들을 보면서,

국문 자료의 독해에 비해 영문 자료의 독해는 얼마나 어려운가를 생각합니다.

영어권에 태어났다면 학부생들도 겁없이 덤벼들 저 책들에,

비영어권에서 태어난 저는 지레 겁을 먹습니다. 이 때마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나아가 이 문제가 극복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할때 무기력감에 빠져 듭니다.

국 어로 글을 쓰고 글을 읽는 것도 아직 갈 길이 먼데, 영어로 학문하는 것이라니요.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은 노르웨이에서 태어나 한국학 교수가 된 박노자 교수의 우수한 한국어 구사 능력이나,

해외에서 성취를 이룬 많은 한국인 학자들의 존재입니다. 자유로운 영어 읽기와 쓰기가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테지요.


여 기 토론토는 아침 저녁으로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놀러 다니는 것은 날씨 좋은 4월 이후로 미루고 그 때까지는 우직하게 공부나 하자 마음먹고 있습니다.

물론 주말에는 주머니 사정 범위에서 여기 저기 다니면서 새로운 문화도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계획이구요. 여기서 접하는 모든 것이 다 공부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이 선생 체력이 최우선 고려 사항입니다.

편안하시고 충만한 성탄과 새해 맞이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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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이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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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오해나 감정을 일으키는 일이긴 하지만, 한국에선 그랬다.
어떤 사람의 입성을 보거나 말 하는 것을 들으면 그 사람의 과거나 현재가 대충 짐작되었다.
그 첫인상을 100% 신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30년 남짓 살아오면서 가지게 된 교훈이기는 하지만,
또 동시에 그 인상에 어느 정도 의존하지 않고서는 일상을 영위하기가 좀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선입견이 없다면, 우리는 예컨대 불량배(?)를 저 멀리서 진작 알아보고 돌아가는 일도 하지 못할 것이고,
학교 주변 식당에서 교수 뒷담화를 볼륨 줄여서 하는 센스를 발휘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런데, 여기 토론토에 오니 여러 인종의 사람들을 보아도 그들의 과거나 현재를 종잡을 수가 없다. 
저 아랍계 사람이, 저 중국인이, 저 백인이, 저 흑인이 어떤 개인사를 가지고 있을지, 그리고 
어떤 현재를 영위하고 있는지 전혀 짐작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지극히 로컬' 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내로우'하다는 것 아닌가.  ----> 뭔가 적합한 다른 단어 없는가?  

누군가가 글로벌한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아마도 여러 인종들의 백그라운드를 구체적인 역사 지식으로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해야 한다. 
어줍지 않게, 영어를 잘 못한다거나 영미권의 생활 문화에 익숙치 못하다는 것을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닌 게다. 

** 엊그제 들은 얘기 하나.
토론토 대학 OISE의 교수들과 학생들이 대단하게 들고 일어난 일이 얼마 전에 있었는데,
그 일이 무엇인고 하니, 교육공학 쪽 연구자들이 미 국방부의 프로젝트를 수주했기 때문이라더구먼. 
학생들, 교수들, 직원들이 매일매일 OISE 1층 로비에 모여서 엄청나게 항의를 한 끝에, 그 프로젝트 수주가 
취소되었다고... 이역만리 타향살이 하는 한국의 대학원생에게 상당히 생각할 거리를 주는 이야기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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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허울 좋은 비지팅 스칼라 같으니라구..
어제는 여기 성인교육과 과사무실 언니 같은 사람한테 가서 나를 소개하고서는,
도서관 사용할 수 있도록 레터를 하나 써 달라고 했더니만,
수석조교 같은 할머니하고 꿍시렁 꿍시렁 이야기하더니,
다니엘 교수가 써준 초대장을 한 장 복사한다. 그러더니 자기가 오늘 알아보겠단다.
비지팅 스칼라? 너 니네 나라에서 교수니? 학생이니? 자꾸 물어보는 게 기분이 나빴다.
그 할머니 왕조교는 꼬장꼬장한 영어로 그런다. 확실한 지위 없이 도서관 이용 카드를 만들 수 없어.
아무래도 도서관 이용 전선에 먹구름이 끼는 것 같아서 심란하다.
이 기분이 하루 종일, 그야 말로 집에가서 잠들 때까지 계속 되었다.

오늘 학교에 가서는 다시 그 인도 언니를 찾아가 보기는 할텐데, 기분이 흔쾌하지 않다.
그래도 찾아가 보고 도서관 접근 안된다고 하면, 갓 뎀, 박살낼테다.
비지팅 스칼라.. 젠장 말아 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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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이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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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말이야. 토론토 대학교 도서관 식당에서 어떤 어리숙 하게 생긴 한국 아이가 노트북을 펴 놓고 옆에 컵라면을 놓고 먹으며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 나는 그가 무엇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까.

옆 테이블의 한국 여학생들이 도시락을 까 먹으며 수다를 떠는데 그 옆엔 작은 성경이 하나 놓여 있고, 얼핏 들려오는 수다의 내용이라는 것이 서울에서 유행하는 연예인들 이야기라면, 나는 그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왼쪽 저 끝 테이블에, 어떤 백인 아이가 매킨토시 노트북을 펴 놓고 샌드위치를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면, 나는 그 아이가 무엇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할까.

왠지, 동양 아이들이, 아시아인들이 하는 짓은 어리숙해보이고, 한심한 일일 것 같고, 백인들이 하는 이야기는 뭔가 내용있고, 도서관이라 그런지, 앞서가는 학문에 관한 이야기들일 것 같다. 같은 이야기라도 영어로 하면 뭔가 있어보이고, 한국어나 중국어로 하면 뭔가 내용이 부족할 것만 같은, 식민지 백성의 근성을, 나는 토론토에 와 있는 내 마음에서 발견한다. 이 노예 근성을 어찌 극복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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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이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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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토론토 일기 2009. 11. 27. 23:00
(블로그에 매일 글쓰기 잘 안되는구먼.)

어제는 내 양력 생일이었다. 마눌과 베트남 쌀국수 집에 가서 쌀국수를 한 그릇 했고, 돌아오는 길에 옷 가게 몇 군데 들르기는 했으나 옷을 사진 않았다. 집 근처까지 와서는 호프집에 들러 맥주 한 잔씩 하고, 오랜만에 담배도 한 대 피웠다.

학교에 가서는 무선 인터넷 접속을 위한 절차를 이것 저것 알아보았다. 결국 학생 아이디가 필요했다. 교수의 편지를 들고 도서관 2층에 가서 신청해야 한다고 한다. 다소 복잡한 절차다. 다행히 5일짜리 게스트 아이디는 금방 발급이 된다고 하여 일단 그걸 받았다. 그걸로 도서관 검색 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었다. 흐흐.

어제는 내가 한국에 있을 때부터 여기 집 구하는데 도움을 주었던 캐나다 사람을 만났다. 이름이 켄 하레'이길래 일본 사람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케네스 헤어'였다. 퀘벡에서 태어났다더군. 그는 토론토 시청에 근무하는 법률가였다. 내가 여기서 집 구하는데 (이메일로) 이런 저런 정보를 많이 주었고, 그 일로 몇 번 이메일이 오가서 그런지 초면이었지만 그닥 어색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워낙 말을 많이 하기도 했고.

저녁에는 성인교육과에 석사과정에 다니는 케빈'이라는 아이랑 저녁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는데, 그는 한국에 2년이나 있어본 아이였다. 대전, 대구, 강릉 등에 가 보았다고 한다. 대전과 대구에서는 영어를 가르쳤다고 한다. 서울에 있을 때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 이런 저런 일을 했던 것 같다. 거기 사람들 명함도 몇 장 가지고 있고, 국제이해교육원 원장님도 안다고 했다. 그가 서울의 우리 대학원 선배라고 했더니 좋아했다.

점심 + 저녁 토탈 3시간도 넘게 안되는 영어를 듣고 말하니 머리가 멍해졌다. 그들과 헤어지고 나면 급속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말하고 의사소통하는게 이렇게 힘들어서야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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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이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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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적응은 대충 완료된 듯 하다. 어제는 5시에 일어났고, 오늘은 7시 정도에 일어났다.
도착한지 5일만에 시차적응 완료. 괜찮지?

그저께 (토요일)는 토론토에서 3년째 유학 중인 마눌님의 이종사촌을 만나서 한국식 찜닭 먹고
그이의 집에 가서 모과차 한 잔 얻어먹고 돌아왔다. 집에 와서는 끝내 9시를 넘기지 못하고 잠들었다.

이종사촌의 집은 시내 중심가의 비싼 아파트였다. 과연 시설도 좋았고 접근성도 매우 좋았다.
한 달에 1400불 정도라고 했다.160만원 정도. 흠. 노후 보장되는 여기서 돈 벌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러니까 한국으로 돌아가 살 사람에게 이 정도의 비용이란 매우 고비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어제(일요일)는 한국 절을 수소문에 찾아갔다. 새로운 우리 둘은 그곳 신도들의 초미의 관심을 끌었던 것 같다.

맹맹한 국밥 한 그릇을 점심으로 얻어 먹고, 온타리오 호수까지 내려 갔다 왔다. 날씨가 화창해서 호수가 참 아름다웠다. 거기서 이누이트 미술품 전시회도 돌아 보았는데 마눌님은 그들의 독특한 미적 기준에 매우 감동한 듯, 그에 관한 포스팅을 마구 작성 중이다.

호숫가 앞에서 부터 Yonge 라는 번화가를 따라 지하철 몇 정거장을 걸었다.
왕복 4차선도로인 Yonge Street(영 스트릿 이라고 발음함)은 토론토를 남북으로 갈라지르는 도로이다.
토론토가 개발되기 시작한 1800년대 후반부터 건설되기 시작한 도로라고 한다. 상가가 많은 번화가 이고, 우리로 치면 코엑스몰 같은 곳인 이튼센터가 유명하다.

토요일에 어느 콘도(우리로 치면 30평쯤 되는 아파트)의 안방(마스터룸 이라고 함) 임대물을 둘러 보았고,
어제(일요일)도 민박집 근처의 콘도 안방 임대물을 보았다. 둘 다 별로다. 가격은 800-850불 정도이다.

--------------

어제 본 콘도 마스터룸에는 4학년짜리 꼬마와 그 어머니가 살고 있었다. 아마도 한국에 기러기 아빠를 남겨둔
모자가 아닐까. 서너평도 안되는 공간에 세면대와 샤워실이 있고, 침대와 티비, 책상 책꽂이 등이 빼곡하게
들어 있었다.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한 조기유학의 암울한 모습이었다.

내가 머물고 있는 민박집에도 조기 유학생들이 있다. 모두 고등학생들이다.
이들은 귀가 후에는 방으로 콕 박혀서 방 밖으로 나오질 않는다.
주인 아줌마는 공부 열심히 한다고 좋아하지만, 내가 보기엔 어딘가 짓눌려 있고 스트레스에 가득찬 모습들이다.
한 아이가 저항하는 모습이 눈에 띄는데, 밤에 잠을 안자고 새벽 6시까지 담배 피우다가 부엌 문 열어 둔 탓에
오늘 아침에 주인 아주머니로부터 호된 꾸중을 듣는다. 저 아이가 있어서 그나마 이 하숙집의 적막함이 덜하다.
우리 부부는 어제 저녁 이 집에 들어오면서 이 집의 별명을 하나 지었다. '귀곡산장'

조기유학 실태는 교육사회학이나 교육인류학자들이 연구하기에 매우 흥미로운 주제가 될 수 있다. (내가 좀 해볼까?)
한국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또 하나의 역동적인 교육 현실이 이역만리 타국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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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이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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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적응 중

토론토 일기 2009. 11. 21. 19:05
둘째날. 아직도 시차적응 중.
새벽 3시에 눈을 떠 불안감에 가볍게 시달렸다.
백 여덟번 몸을 굽혀 절을 하면서 이 불안감이 멀리까지 돈 들여 왔으니 무언가 큰 걸 얻어가야 한다는 마음과,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들의 인정을 추구하는 마음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걸 알게 되니 마음이 편해졌다. 얻어가는 게 없을리 만무하고, 남들의 인정은 괘념치 않는 것이 좋겠다.

오전 10시 쯤에 집을 나서 선불카드식 핸드폰을 하나 마련했다. 어느 어학원 - 아마도 한국학생들이 많이 가는 -
지하에 있는 '휴대폰 마을'이라는 곳에서였다. 마치 동두천 미군 부대 앞에 미군들을 위한 선불카드폰 가게가
많듯, 한국 학생들이 많은 곳에 선불요금제 폰 가게가 있었다.

아파트 두 군데를 돌아보았다.
한 군데는 자메이카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였는데 학교까지 교통이 좀 불편했고,가격이 비쌌다.
한 달에 1050불이 훌쩍 넘었다.
다른 한 곳은 학교까지 지하철 세 정거장 거리이고 마음 내키면 걸어갈 수도 있는 거리에 있는데,
한국 유학생으로부터 재임대를 받아야 하는 곳이고, 27층 건물에 25층이었다. 그리고 가구라고는
1인용 침대 1개, 룸메이트가 썼다는 매트리스 1개, 책꽂이 1개가 전부였다. 심지어 책상도 없다니...
열악한 유학생 방이었다. 가격은 첫번째 집보다 좀 저렴했다. 그래 보았자 1달에 900불 정도.
재임대라는 형식이 좀 우려스럽고(사기 당하는 경우가 많단다.), 너무 고층이라 저어된다.

OISE 1층 로비에서 주인 아줌마가 싸준 김밥 까 먹었다.
1층 로비에 이 기관 초기에 기여를 많이 한 여성'들의 사진이 죽 걸려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기여를 한 사람들'도 아니고, 기여를 한 여성들'이었다.

민박집에 돌아 와서 저녁 먹고 7시도 되지 않아 골아 떨어졌다.
중간에 10시 쯤 일어나 이 닦고 다시 자서는 새벽 3시 45분에 일어났다.
지금은 새벽 5시.
어제 보다는 늦게 일어난 셈이다.
서서히 시차적응 중. 기상 시간이 5시 정도가 되면 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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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이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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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시작

토론토 일기 2009. 11. 20. 07:45

토론토 도착 첫날.
느즈막히 일어나서 밥을 얻어 먹고,
은행에 가서 계좌를 열었다.
민박집 가까이에 있는 은행에 손 부장이라는 사람을 주인 아줌마가 연결시켜 주었다.
직불카드도 만들었다.
교통비가 비싸다. 일주일 사용할 수 있는 표가 25불이나 되었다.

살 곳을 구하는 일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우선 기간이 짧고,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월 800불이면 96만원 정도인데, 그 이상되는 곳도 많다.
눈높이를 낮추고 너무 서두르지 말아야 되겠다.
하루 70불 하는 이곳 민박집에서의 생활이 길어질 수도 있겠다.

토론토에 왔다고 해서
인생의 방향이나 템포, 그런 것들이 급격히 바뀔 일 없다.
처리해야 할 일은 하루에 한가지씩 천천히 집중해서 해결할 생각이다.
서울에서만큼 빠르게 진척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의식주의 향상에 너무 힘쓰지 말자고 생각한다.
다만 지난 한 달 동안 미루어 두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것에 당분간 초점을 맞추어야겠다.
조금씩 서서히 시작해 보자.

내일은 지하철을 타고 집구경을 좀 다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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