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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

토론토 일기 2009. 12. 20. 05:06

저희가 여기 토론토에 도착한지 어제로 꼭 한 달입니다.

한 달만에 방 구해서 이사하고, 매일 학교에 가는 생활을 시작하였고,

무엇보다 이 곳의 물가 감각, 기후 감각,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감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영어 문제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장애물입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긴 호흡을 가지게 되었지만

동시에 일상적인 노력도 필요함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 선생은 '고등교육과 여성' 이라는 주제의 수업을, 저는 '고등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라는

주제의 수업을 청강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이 선생 희망 과목은 수강생의 부족이, 저는 담당교수의 허락이

관건입니다. 동시에, 이 선생은 인터뷰 녹취와 복사해간 자료의 독해에, 저는 논문 주제의 탐색에 조급함을

느낍니다.


무 엇보다 큰 느낌은 영어 때문에 생기는 억울함과 무기력감입니다.

예컨대 여기 도서관에 쌓여 있는 저 수많은 저작들을 보면서,

국문 자료의 독해에 비해 영문 자료의 독해는 얼마나 어려운가를 생각합니다.

영어권에 태어났다면 학부생들도 겁없이 덤벼들 저 책들에,

비영어권에서 태어난 저는 지레 겁을 먹습니다. 이 때마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나아가 이 문제가 극복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할때 무기력감에 빠져 듭니다.

국 어로 글을 쓰고 글을 읽는 것도 아직 갈 길이 먼데, 영어로 학문하는 것이라니요.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은 노르웨이에서 태어나 한국학 교수가 된 박노자 교수의 우수한 한국어 구사 능력이나,

해외에서 성취를 이룬 많은 한국인 학자들의 존재입니다. 자유로운 영어 읽기와 쓰기가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테지요.


여 기 토론토는 아침 저녁으로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놀러 다니는 것은 날씨 좋은 4월 이후로 미루고 그 때까지는 우직하게 공부나 하자 마음먹고 있습니다.

물론 주말에는 주머니 사정 범위에서 여기 저기 다니면서 새로운 문화도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계획이구요. 여기서 접하는 모든 것이 다 공부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이 선생 체력이 최우선 고려 사항입니다.

편안하시고 충만한 성탄과 새해 맞이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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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이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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